• 2023. 4. 2.

    by. 비상식적생존

     다음 소희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먹먹한 마음에 리뷰글을 올립니다. 영화의 결말들을 최대한 쓰진 않겠지만 혹시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들 중 그 누군가에게 제 글이 스포가 될 수도 있으니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영화 <다음 소희>를 먼저 보시길 추천합니다. 

     

    영화 속 소희가 간편한 츄리닝 바지와 삼선슬리퍼만 신고 있는 발 모습 장면
    해가 지는 빛줄기가 소희의 차가운 발을 비추는 장면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사건

     2017년 1월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의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특성화고등학생들이 필수적으로 꼭 이수해야 하는 현장실습제도가 오히려 학생들의 미래를 없애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되었다. 교육계에서는 취업률의 숫자를 높이고 유지해 학교의 성과로 보여줘야 했고 기업들은 저렴한 인건비로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곪은 게 터져 사회적 문제들이 대두되니 그 누구도 이 사회적 문제에 책임지는 주체는 보이지 않았다.

     

     정주리 감독님은 처음에 제작사에서 이 사건으로 영화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었다. 그 제안을 받았을 때 감독님은 이 사건이 실제 있었던 일인 줄 전혀 몰랐었다고 한다. 조사하고 취재하면서 그것이 알고싶다 1068회를 보게 되었고 그 사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전주 콜센터 사건뿐만 아니라 특성화 고등학교의 현장실습제라는 교육제도 안에서 이런 일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모티브사건을 잊게 만드는 영화의 전개력

     2시간이 넘는 이 영화는 처음에는 소희가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소희입장에서 전개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소희의 삶에 몰입한 나머지 실화였다는 사실을 잊을 만큼 영화의 현실적인 표현과 전개에 쉽게 몰입했다. 소희입장의 이야기의 전개가 다 끝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소희의 사건을 수사하는 유진을 통해 소희에 대해서 알아간다. 우리는 이미 소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고 있었고 누가 잘못했는지 다 알고 있었다. 형사 유진이는 수사 초기에는 보통의 다른 형사들처럼 수사를 진행한다. 관객입장에선 누구라도 이 스토리에서 관객이 원하는 대로 소희의 억울함을 풀어주길 바랐다. 그 마음을 알아차렸을까 유진이는 어느 시점부터 소희 사건에 현실의 형사와 달리 파헤치기 시작한다.(그알PD와 배두나 인터뷰:그알PD 떠올리며 연기했다

     

     

     

    소희가 마지막에 있던 자리에 유진이가 앉아있는데&#44; 유진의 발 모습
    소희의 마지막 장소에 앉아 있는 유진형사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현실적으로 표현했다

     특성화 고등학교에서는 현장실습제를 통해서 취업률을 이렇게 많이 보냈다는 실적을 해마다 보여줘야 했고 기업계에서는 고등학교 현장실습제도를 통해 고등학생들을 받아들여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성장시켜 나간다는 통계를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취업률을 높여야 특성화 고등학교는 교육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인센티브를 받아야 했고 기업계에서는 저렴한 인건비로 노동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 그 시스템에 고등학생들이 매년 꾸준히 아무런 말도 못 하고 희생되고 있다.(정주리 감독 배두나 배우 인터뷰)

     유진이는 수사를 진행하면서 소희의 친구들도 만나서 진술을 듣게 되지만 그들도 소희처럼 현장실습으로 인해 각자만의 내면의 상처들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을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관련기사)

     

     

     

     

     

    소희가 마지막으로 온 슈퍼마켓에 앉아 있는 유진 형사 장면
    소희처럼 앉아서 지는 햇볕을 보고 있는 유진형사

    관객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유진이지만 현실적인 선은 지켜

     소희의 이야기를 이미 봐왔던 관객 입장에서는 유진이가 수사 방향을 전방위로 펼치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통쾌하게 만들어주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다른 인물들과 달리 불합리한 시스템에서 희생되고 있는 사람들을 소리 내지 않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모습으로 관객들을 대변해 보이지만 관객들도 감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한계도 잘 알기에 유진이도 진행 중인 수사의 마무리는 어느 보통의 형사들처럼 매듭을 짓는다.

     

     

     

    회사가 피해자 소희 탓하는 내용의 단체문자
    모든걸 소희탓한 내용으로 전직원에게 돌린 회사 단체 문자

    결국 피해자가 바보가 되고 원인이 되는 현실

     수사를 통해 알아갈수록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를 많이 받았다면서 시스템이, 현실이 이렇는데 어쩔 수 없다며 애초에 피해자의 가정에 불화와 문제가 많았으며 피해자가 문제가 있다, 걔 성격이 문제가 있었다 는 식으로 몰아간다. 이젠 이 정도면 되지 않냐며 적당히 좀 하라는 상황에 처해진 유진이의 모습이 씁쓸하게도 현실적이었다.  

     

     

    소희는 왜 춤을 췄는지 아무도 모르게 한 우리 사회

     유진만이 소희가 왜 춤을 췄는지 궁금해했다. 심지어 가족들도 소희를 끔찍하게 사랑했던 소희의 부모님조차 여태 소희가 춤췄는지도 몰랐고 왜 소희가 춤을 췄는지 그 이유를 모른다. 소희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핸드폰에서 수없이 반복하면서 연습한 안무를 성공한 자신의 장면이 녹화된 영상만 남기고 모든 어플과 파일들을 지우고 이 세상을 떠났다.

     감독도 관객도 배우들도 영화 속 등장인물들도 소희는 왜 춤을 췄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소희의 핸드폰 영상 속에서 소희가 그렇게 마스터하고 싶은 안무를 기어코 마지막 동작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한 후에 행복한 표정으로 핸드폰 녹화를 끄는 모습들을 보면 적어도 소희에게 춤은 모든 것이었다.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해 주고 가장 나답게 사는 느낌을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활동이 소희에겐 춤이었다.

     

     

    외국인들도 국적을 초월한 울림과 공감에 강탈당해

     2022년 칸 영화제에서도 한국 영화들이 거론되었다. <헤어질 결심>, <헌트>, <브로커>로 한국 영화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세편의 영화 말고도 조용한 울림을 주는 한국 영화도 거론되었다. 바로 <다음 소희>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영화 <다음 소희>가 상영되었고 외국인들에게 많은 찬사와 호평을 받았다. 감독님도 다음소희는 한국의 이야기인데 많은 외국인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공감해 준 현상에 놀라웠다고 한다. 그렇게 영화 다음소희가 칸 영화제에서 받은 호평들을 살펴보다 보면 소희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도 소희가 존재하고 있기에 외국인들도 다음 소희의 울림과 공감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다음 소희들이 살아가는 우리 사회

     <다음 소희>가 2023년 2월 8일에 개봉되면서 다시금 2017년 1월의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사고가 주목받게 되고 또 다른 소희처럼 현장실습제를 통해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으며 소리 없는 신음으로 고립된 고등학생들과 사회초년생들이 위태롭게 지내고 있는 실태들이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도 다음 소희들이 존재하고 있고 아직도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기사)